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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코디미 더메뉴 계층 풍자 미식 문화에 대한 조롱과 해체 인간 본성 폭로

by gagale 2025. 5. 25.

더메뉴 포스터 사진 첨부

계층 풍자: 미식 레스토랑이라는 작은 사회

《더 메뉴》는 단순한 고급 요리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의 주 무대인 ‘호손(Hawthorn)’이라는 고급 레스토랑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과 같습니다. 이곳에 모인 손님들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상층부의 전형적인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크업계의 억만장자, 음식 블로거, 영화배우, 투자자 등 각기 다른 분야지만 공통적으로 '특권 계층'입니다. 이들은 음식을 소비하는 방식조차도 권력의 과시로 사용하며,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고 증명하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셰프 줄리안 슬로윅(랄프 파인즈 분)은 이들을 위해 최고의 요리를 준비했지만, 점점 그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면서 관객은 충격을 받습니다. 슬로윅 셰프는 요리를 통해 ‘선택받은 사람’이 되길 꿈꿨지만, 결국 그 선택이 자본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에 환멸을 느끼고 그 구조 자체를 파괴하려 합니다. 결국 이 레스토랑은 상류층과 하류층, 셰프와 손님, 창조자와 소비자 간의 긴장과 불균형을 폭로하는 무대가 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줄리안이 주인공 마고에게 “넌 그들 편이냐, 우리 편이냐?”고 묻는 장면은 계층 구도를 선명하게 제시합니다. 마고는 원래 서비스 노동자였고, 줄리안 역시 요리를 서비스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고객들과 가까워지려 할수록 그들은 오히려 소외되고 조롱받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현대 노동사회에서 창조자와 서비스 제공자들이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신랄하게 풍자합니다.

미식 문화에 대한 조롱과 해체

《더 메뉴》는 미식 문화 자체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셰프 슬로윅이 준비한 각각의 요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퍼포먼스이며 예술 행위로 포장된 '통제된 경험'입니다. 손님들은 이 요리를 진심으로 즐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얼마나 희귀하고 예술적인가’만을 평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음식은 삶의 본질적인 만족이 아닌, 과시의 도구로 전락하고 맙니다. 영화는 ‘음식 블로거’ 캐릭터를 통해 이러한 미식 문화의 표면적인 소비를 강하게 풍자합니다. 그는 슬로윅의 요리를 기술적 용어로만 해석하며, 실제로 그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맛’보다는 ‘브랜딩’, ‘스토리텔링’이 중요시되고, 진정한 음식의 본질은 퇴색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슬로윅 셰프 역시 이런 미식 문화의 허상을 알고 있으며, 그것에 대한 깊은 환멸을 느낍니다. 그는 과거 요리를 사랑했지만, 점점 상류층의 소비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요리에 대한 열정도 사라졌다고 고백합니다. 특히 마지막 메뉴인 ‘스모어’는 미식의 종말을 상징합니다. 평범하고 값싼 디저트인 스모어를 마지막 메뉴로 선정하고, 손님들을 불태워버리는 결말은 극단적이지만 상징적입니다.

인간 본성의 폭로: 공포, 자만, 그리고 생존

《더 메뉴》는 블랙 코미디이자 공포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처음에 손님들은 슬로윅 셰프의 기이한 퍼포먼스를 단지 ‘예술적인 연출’로 여깁니다. 하지만 하나씩 실종자와 죽음이 발생하면서도, 그들은 현실을 부정하려 하고, 자신의 권력으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이는 우리가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지위나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반면, 주인공 마고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생존에 대한 본능과 관찰력을 바탕으로 슬로윅과의 심리전을 벌입니다. 특히 그녀가 슬로윅에게 “그냥 치즈버거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은, 음식의 본질이란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이는 슬로윅 셰프에게 과거의 순수함을 떠올리게 하며, 마고가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더 메뉴》는 단순한 공포 스릴러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계층 문제, 예술의 소비 방식,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블랙코미디입니다. 음식이라는 매우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세계의 시스템을 거꾸로 뒤집습니다.